물건과의 이별, 기억속의 사랑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안다. 헤어지고 나면 더 그립다는 것을,
같이 있을 때는 소중한 것을 몰랐는데 떠나고 나니 소중하고 그 순간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인간은 때론 헤어진 이후 기억 속에서 더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인간은 기억 속에서 기억하며 사는 것이며
기억이 없다면 그 사람의 정체성은 없는 것과 같다' 고 한 프랑스 철학자 베르그송의 말은
참으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

일본의 미니 멀 리스트 사사키 후미오가 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라는 책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물건을 비우고 나자 그 물건에 대한 애착이 더 커지면서 기억 속에서 더 소중해 졌다."
물론 이 말이 모두에게 같은 마음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물건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경우,
가지고 있는 것이 더 불편한 경우에는 헤어짐이 오히려 물건에 대한 그리움을 선사할 수 있을 거란 말에는 공감이 간다.

박완서 선생님은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 해달라고 하자, 한참을 생각하시고 난 후에“사랑은 영원이 아닐까요?” 라고 했다.
강신주 작가는 사랑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활짝 피는 꽃처럼
그 순간에 피어난 사건 그 자체“ 라고 했다.
사랑에 대한 정답은 없다. 개개인의 감정에 따른 답은 있겠지만...
그러나 순간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그 느낌을 기억 속에 간직하는 것이
그 대상에 대한 사랑이라고 하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간 정리컨설팅 실습을 경험하면서 물건에 대해서도 사람의 감정연결 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감정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는 생각이 든다.
사사키 후미 오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물건과의 이별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움으로 물건을 정리하면 그리움이 남는다. 물건과 헤어지기 전 그림으로 또는 사진으로 남겨 두기도 한다.
추억의 물건을 정리하는 마음은 삶에 있어 관계의 정리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나에게 소중하지 않은 것처럼,
우린 때론 조금은 덜 소중한 것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있다.
추억의 물건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그림으로 남겨 두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