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유리창의 법칙

13년 전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도시환경을 둘러보는 일정 중에 슬럼가 관광이 있었다.
담장에 온갖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벽에는 붉고 검은 글씨가 어지럽게 그려져 있었다. 단어들은 대부분 욕설이었다.
뉴욕의 슬럼가와 지하철은 범죄가 많기로 유명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1982년에 발표된 이론으로
뉴욕의 조지켈링 교수가 뉴욕이 범죄가 많은 이유가 불결하기 때문이라고 증명한 법칙이다.
유리가 깨진 차량과 안 깨진 차량이 함께 있으면 깨진 차량이 훨씬 더 많은 오물 투척과 파손이 일어난다는 이론이다.
우리도 골목길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으면 사람들이 하나둘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게 되는 것을 흔치 않게 보게되는데
이것 역시 깨진 유리창의 법칙의 일종이라 하겠다.
이론 발표 이후 1995년에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는
강력한 의지로 불결의 대명사였던 뉴욕의 지하철이 청소를 통해서 새롭게 변화시켰다고 한다.
경찰 대신 청소원을 배치하는 것이 범죄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SBS 방송에서 다큐로 “청소력”을 방송했던 적이 있다.
일본의 마쓰다 미쓰히로(1969~) 청소력 연구회 대표의 청소를 통해서 사람과 가정, 사회와 도시가 변화되는 현상을 방송했다.
공간의 환경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송이었다.
공간 큐레이팅은 물론 청소는 아니다. 그러나 청소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공간정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리(청소)가 어려운 이유는 뭘까?
그냥 모아두고 버려두고 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쌓여지고,
물건이 많아지면 정리할 엄두가 안 나기 때문이다.

통섭생태학자 최재천교수는
'배우는 것을 모르는 중에 배우는 것을 최고의 배움'이라고 했다.
내가 하는 것을 내가 모르는 상황, 그것이 습관이다.
목표로 삼고 그걸 이루려고 애를 쓰는 행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행동이다.
공간정리는 이런 배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은 바로 교체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유리창이 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정리는 '지금' 해야 하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을 힘들이지 않고 쉽게 교체하는 공간정리는 ‘지금정리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