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리와 징검다리

영월의 강하면 누구나 어라연의 풍경이 있는 동강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살던 곳은 서강이 흐른다. 산세가 낮고 굽이돌아 흐르는 물줄기도 여리고 강폭도 좁다.
강폭이 좁은 곳에는 여름장마가 지나고 나면 징검다리가 있었다.
여름장마철이 되기 전까지는 다리가 있는 곳까지 가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어 징검다리를 이용해서 건너가곤 했던 기억이 난다.

징검다리 주변의 물은 흐름이 빨라서 맑고 깨끗하다.
여울이 지기도 하고 물이 돌 주위를 맴돌기도 한다.
순수하고 낭만적인 아름다운 풍경이 그려지는 징검다리는 산과 들과 작은 마을을 연결해주는 통로였다.
오고가는 인간의 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징검다리였다.

돌 하나가 하나로 있거나
하나하나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징검다리는 사라진다.

우리가 잘 아는 정현종 시인은 시 ‘섬’에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고 말했다.
섬은 뭘 의미하는 것일까? 시인은 그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외로운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연민,
타인과 자신의 관계를 완성시켜주는 그 어떤 것, 그래서 이렇게 바꿔본다.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있으면 좋겠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싶다.’

공간정리는 징검다리를 놓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너와 나를 연결해주는,
사람과 사물을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도록 이어주는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일이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본다.
물건으로 막혀있는 공간을 열고, 불필요한 가구로 좁아진 길을 열어 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
공간정리는 닫혀있던 막혀있는 공간을 열어 소통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징검다리를 놓는 일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