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그림을 그리는 백은하 작가는 꽃잎 몇 개로 도화지를 가득 채웁니다.
비어있는 곳도 그에게 있어서는 한 폭의 그림이 됩니다.
꽃이 피어날 공간, 바람에 흔들려야 하는 공간, 꽃잎이 툭! 하고 떨어질 공간도
그림 속에 같이 배치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을 보면서 자연의 공간을 생각하는 작가는
화폭에 공간이 있듯이 삶에도 공간이 있어야 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공간은 쉼이다. 라고 했지요.

작가는 꽃 그림 여백에 글을 써넣기도 합니다.
공간은 스토리가 됩니다. 스토리는 서사입니다. 사건의 전개이지요. 사건 속에는 늘 사람이 있습니다.
꽃이 먼저인지 아니면 글이 먼저 인지를 묻는 질문에 작가는
"생각이 먼저다." 라고 답을 했습니다.

생각은 쉼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삶의 공간에서 생각이 나오고 그 생각이 꽃 그림이 되고 이야기가 되고 책이 되기도 합니다.
공간이 사람을 움직입니다. 공간이 생각을 움직입니다.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하는 공간 큐레이팅은 공간 속에 쉼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공간을 생각해봅니다.
어떤 이야기를 담을 까요. 나와 아이들, 남편과 어머님, 아버지와 아이들, 형제와 자매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세요.

비움이 채움이고 채움이 또한 비움이라는 생각을 해 보세요
공간정리는 비우는 일이며 그 곳에 쉼과 이야기를 채우는 일입니다.
삶의 정리수납은 공간에 꽃그림을 그리는 일입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다르듯이 공간에서 피는 이야기도 다르겠지요.

꽃 잎 주워 그림책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삶의 공간에 스토리가 있는 그림책 한권 가지고 싶은 아침입니다.

시인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말했지요.
그러나 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흔들리기 위함이 아닐 런지요.
흔들림은 공간 안에서의 자유이고 쉼이기 때문입니다.